손봉호 외, 『하나님을 사랑한 철학자 9인』, 철학은 철학자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손봉호 외, 『하나님을 사랑한 철학자 9인』, IVP: 서울, 2005
손봉호, ‘기독교 철학이란 무엇인가? 11-35
철학이 하나의 이론적 학문이라면 모든 학문 가운데 철학이 종교적 신앙과 가장 가깝다 할 수 있다… 철학은 인간과 인간 세계 전체를 그 사유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철학은 종교적 신앙이 가진 포괄성을 지니고 있다… 한 철학자가 자기의 철학과 관계없거나 심지어 그와 상반된 생명관이나 정치관을 견지한다면 우리는 그를 일관성 있는 철학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종교적 신앙과 비슷하게 철학은 철학자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11’)
전통적 서양 철학의 대부분은 인간 사유의 자율성을 전제하고 있다. 이 숨겨져 있는 전제는 “철학의 시초는 경이”라고 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기초 위에서 수학과 같은 확실한 철학 지식을 세워 보려 했던 데카르트의 의도, “철학은 이성의 자기 비판의 기초 위에 가능하다”는 칸트의 신념, “판단 중지를 통해서 객관적 진리의 바탕을 직관할 수 있다”고 믿었던 후설의 철학 뿐 아니라 심지어 이성의 자율성에 대해서 근본적인 도전장을 낸 니체나 포스트모더니즘에서도 어느 정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이성의 능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 로크나 흄 같은 철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신임을 논리적 사고에 부여하였고,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최후의 판단은 사람이 할 수 있으며 그것은 모든 종교적 신앙과 세계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중립적이란 신념을 전제하고 있다. (14)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인의 세계관을 의식화하고 그것을 논리적인 체계로 표현해 놓았다면 일단 우리는 그것을 기독교 철학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철학은 끊임없이 성경의 비판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기독교 철학의 이론적 사고는 자율적이 될 수 없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