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명호,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옐로브릭, 2018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책을 읽어주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브루더호프)
막상 아버지가 되어 깨들은 게 있다. '부성애'란 아버지가 되면 저절로, 자연스레 생겨나는게 아니었다. 배우고 길러야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되는 순간, 신은 우리 가슴 속 작은 텃밭에 부성애의 씨앗을 선물로 뿌려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씨앗을 싹틔우고 꽃 피울 책임은 나의 몫이다. 마땅히 물을 주고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나는 천성적으로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란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수고와 애씀이 없는 부성애를 나는 믿지 않는다. 아버지의 사랑뿐이랴. 모든 사랑이 그럴 것이다. (18)
큰 아이는 열여덟살이 되자, 당분간 잠자리 책읽기는 자기는 빼고 동생에게만 해 달라고 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적잖이 서운하고 아쉬웠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냉큼 아들 방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머지않은 어느 날 "준비됐어요" 대신 "이젠 좀 쉴게요"라는 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 그 때가 분명 올 테고, 그건 녀석이 그만큼 자랐다는 자연스런 신호이리라. 그 날이 오면, 나는 아내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줘야 하려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