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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인간의 의미 탐구』,

by growingseed 2021. 3. 12.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인간의 의미 탐구』, 제일출판사, 1969, 1987

Viktor Frankl, Man's Search For Meaning, 1946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 갔던 저자의 경험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수용소 안에서 자행된 폭력과 대량학살은 당대 많은 이들이 눈감고 순응했던 것이고 옹호되었던 범죄였다. 인간의 존엄을 산산이 짓밟아 버린 폭력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어떻게 많은 이들이 이것에 동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이 가장 먼저 든다.

더욱 치를 떨게 하는 것은 인간의 폭력성이다. 나치의 폭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용소에 수감된 죄수들 안에서 보게 되는 폭력의 문제가 있다. ‘카포’는 죄수를 단속하기 위해 죄수 중에서 봅힌 사람이다. 다른 죄수가 배가 고파서 아사하는 동안 카포들은 적어도 영양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그들은 심리적, 성격적인 면에서는 나치스 친위대원이나 수용소의 감시병과 같았다.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 동화되고 그들에게 협력하였다. 카포들은 때때로 수용소의 감시병보다도 가혹하게 보통 죄수들을 악의를 가지고 괴롭힌 사람들이며, 친위대원보다도 훨씬 많이 보통 죄수들을 때렸다. 그러한 행위에 적합한 죄수만이 일반적으로 카포가 되고 이러한 의미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당장에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당장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옳고 그림을 포기하고, 인간성을 저버렸던 것일까. 인간성이 말살되던 시대 자행되던 폭력은 매우 사단적인 것이었다. 캄보디아 역시 크메르 루즈 시절 많은 이들이 집단 수용소로 옮겨져 강제 노동을 하고 수없이 학살을 당했다. 프놈펜 내 S-21 수용소에 걸린 수감자들의 사진들과 그 속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자는 정신학자로서 수용소 생활 속 자신의 경험에 대한 분석과 다른 이들에 대한 관찰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 당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노력에서 가장 큰 위협이었다. 소유를 빼앗긴 것 이상으로 그가 속했던 삶과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어 가치 없어진 물건처럼 버려지는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그는 폭력과 고통에 대한 무감각을 경험한다. 구타보다 더 괴로운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갖기 어렵게 하는 모멸감이었으며,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악몽보다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많은 이들은 지금 마주하는 고통에 대하여 현실을 부정하며 보상심리로서 과거에 집착하지만, 미래를 잃어버린 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경우도 많았다. 프랭클은 인생의 의미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말한다. 사람이 의미를 찾으려는 요구는 그의 삶에 있어서 근본적인 힘이 된다. 실제로 그것이 끔찍한 고통에서 그를 지탱했다. 그는 우리가 인생의 뜻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질문을 받은 자로서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앙 없이 인생의 의미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죄수들간의 치열한 상호간의 생존경쟁을 보게 되었는데, 이 수용소의 삶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는 부분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벽이 없는 수용소처럼 우리 사회 속 생존경쟁과 억압은 많은 이들을 위기에 내몰리게 하며 어쩌면 수용소에서 자행되었던 것과 같은 폭력과 인간성의 말살을 낳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절망 가운데 자기를 포기하고 삶마저 중단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의미 탐구는 하나님을 찾는 좋은 다리가 되어 주리라 생각된다.

1.가해자에 동화되어 폭력에 참여하는 이들:카포는 죄수를 단속하기 위해 죄수 중에서 봅힌 사람이다죄수가 배가 고파서 아사하는 동안 카포들은 적어도 영양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그 뿐 아니라 일부의 카포는 그들 생애에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의 혜택을 받았다. 따라서 이들 카포의 타입은 심리적, 성격적인 면에서는 나치스 친위대원이나 수용소의 감시병과 같이 판단해도 좋다. 즉 카포는 그들과 심리학적, 사회학적으로 동화되고 그들에게 협력하였다. 카포들은 때때로 수용소의 감시병보다도 가혹하게 보통 죄수들을 악의를 가지고 괴롭힌 사람들이며, 친위대원보다도 훨씬 많이 보통 죄수들을 때렸다. 그러한 행위에 적합한 죄수만이 일반적으로 카포가 되고 이러한 의미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당장에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20)

2.삶과 죽음의 갈림길: “왼쪽은 노동을 할 사람이고 오른쪽은 노동 불능자 또는 병자의 수용소로 보낸다.” 그것은 최초의 선발이었다. 즉 존재와 비존재, 삶과 죽음의 최초의 결정이었다. 수송된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그것이 죽음의 선고였다. 그리고 그것은 수시간 내에 집행되었다. 우측으로 간 사람들은 가스실이 있는 어떤 화장터로 끌려갔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32)  

3.소유와 상실: 그것만은 가져도 좋다고 허락 받은 신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신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신발을 빼앗겼고, 그 대신에 발에 맞지도 않는 헌 신짝을 한 켤레식 받았다. 좋은 구두굽을 일부러 잘라서 짧게 하고 자른 데를 비누로 문질러 표가 안 나게 한 사람에게는, 친위대원이 구두굽을 자른 혐의자들을 끌고 가 가죽채로 때리고 고문을 당했다. (36)

4.감정의 상실, 폭력과 고통에 대한 무감각: 간호원은 그 시체의 발을 묶고 끌며 밖으로 옮겨 갔다. 방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두 층의 계단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자신부터 올라가고 그 다음은 시체를 끌어 올렸다…. 내가 있는 장소는 바로 문 옆이어서 밖을 내다볼 수가 있다. 나는 벌떡벌떡 수프를 마시면서 우연히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지금 막 끌려간 시체가 눈을 뜨고 문 안을 넘겨다 보고 있다. 2시간 전, 나는 그 사람하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수프를 마시기 시작했다그만큼 모든 것은 감정을 잃고 있었다무감동이야말로 그 당시 죄수들의 마음을 둘러싼 가장 필요한 무장이었다. (46-47)

5.구타보다 더 괴로운 모멸감:그는 시부렁거리며 띵에서 돌멩이를 하나 줍더니 나를 향해 던졌다. 마치 무슨 동물에게 던지듯이. 구타를 당할 때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구타에 따르는 조롱이다.” (48)

6.악몽보다 괴로운 현실: “어느 날 밤, 나는 내 곁에 자고 있던 동료가 분명히 악몽 때문에 큰 소리로 외치면서 딩굴고 있는데 잠이 깨었다. 나는 원래 어떤 불안한 망상 관념이나 어떤 꿈에 나타난 것으로 해서 괴로워하는 인간에 대해 특별한 동정을 느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이 가련한 악몽으로 괴로워하는 친구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그 순간 나는 나는 나의 행동에 놀라 흔들어 깨우려던 손을 도로 거두었다. 왜냐사면 그 순간 어떠한 꿈도, 가장 무서운 꿈이라 할지라도 수용소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낫다는 사실이 강렬하게 내 의식에 떠 올랐기 때문이다.” (55)

7.일상의 추억을 빼앗기도 이전의 나로부터 분리되는 것: 나는 어린시절부터 눈에 익은 고향의 거리, 광장, 그리고 집들을 보았다. 그것은 정말 기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이미 예전에 죽고 그 죽은 시체가 피안에서 이 유령 같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였다나는 단 한 번이라도 이 거리를 보았으면 간곡한 부탁을 했으나 나의 염원은 거절을 당했다. (61)

8.수용소 안에서의 종교적 관심: (수용소 안에는) 두 가지의 관심이 있었다. 하나는 정치적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적 관심이었다. 전쟁 종결에 대한 희망은 언제나 우리를 실망으로 몰아 넣었다어둡고 밀폐된 운반차 속이나 또 수용소의 판자집 구석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잠시 동안의 기도나 예배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61-62)

9.현실을 넘어서는 사랑과 정신: 이윽고 모든 사람은 굴 속의 어제의 장소에 섰다. 얼어 붙은 지면을 곡괭이 끝으로 파니 불꽃이 튀는 듯 하였다. 머리는 아직도 무겁고 모든 사람들도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정신은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더듬고 있었다. (67)

10.죽음에의 거리와 위안: (바이에른의 다하우 지소로 옮기고) 이 비교적 작은 수용소에는 가스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가스 속으로 끌려가지를 않고 아우슈비츠로 가는 소위 병자 수송대가 편성된 후에 비로소 끌려간다는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던 생명의 위험은 적어도 얼마간 간접적이 된 것이었다. (77)

11.군중 속에 숨기: 될수만 있다면 전 대열의 한 가운데 위치하기를 바랐다옆에서 매질하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감시병의 눈을 피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다는 적지 않은 이점도 있었다. 군중 속으로 숨어 버리는 것은 그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수용소 안에서의 보신의 최고의 열쇠는 절대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말라는 말이다. (84)

12.철조망 너머: 내가 후에 다른 바이에른의 수용소에 옮겨졌을 때 거기는 소위 병자의 수용소였는데 거기서 나는발진티푸스가 대유행하는 동안 의사로서 일하게 되었다나는 웅크리고 앉아 철조망 너머로 바이에른의 시골 풍경과 꽃피는 초록빛 평야를, 그리고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을 감상하곤 했다. (85)

13.알 수 없는 운명: 전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도망에의 기회는 증가하였다. (94) 우리는 그 날밤 화물자동차로 자유의 천지로 가는 줄로만 알았던 친구들의 일을 생각할 때 다시금 테헤란의 죽음이란 이야기를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몇 주일 뒤 나는 환자들이 수송되어 간 여기서 멀지도 않은 수용소에서 그들의 막사 안에 갇힌 채 불에 타 죽은 사진을 보았다. (100)

14.현실에 대한 부정, 보상 심리로서 과거에 대한 집착: 철조망 저 바깥에 존재하는 것은 이미 가까이 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드디어는 무슨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수용소 밖의 모든 정상적인 생활은 수용소에 있는 자에게 이 세상 것이 아닌 망령과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 강제수용소에서 내적인 생활이 붕괴해 버린 인간에게는 모든 삶이 회고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그는 벌써 아무런 의지할 것도 미래에 대한 목적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것이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외적 고난이 내면적으로 성장할 기회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 과거의 삶에 집착을 가지며 현재 상황에 대하여는 눈을 감아 버리려 한다. (114-115)

15.미래에 대한 실망과 낙담의 위험성: 꿈 속의 목소리에 의해 예언된 날짜는 자꾸 다가오고, 19455월 우리를 해방시켜 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가고 있었다. 나의 동료는 기대했던 해방의 시기가 맞지 않았다는 데 대한 심각한 실망으로 인해 발진티푸스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의 미래에의 신앙과 의지는 풀어지고 그의 육체는 쓰러졌던 것이다. (120-121)

16.인생의 의미: 우리가 인생의 뜻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질문을 받은 자로서 체험하는 것이다인생이란 결국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문제에 정확하게 대답할 일, 인생이 각 인간에게 과하는 사명을 다할 일, 매일 매일의 근무를 행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담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122)

17.의미를 찾는 노력: 어떤 동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하나님에게 그의 고뇌와 죽음이 그 대신 그의 사랑하는 인간에게서 고통을 제거해 줄 것을 기원하였다. 이 사람에게 있어 고뇌와 죽음은 무의미한 것은 아니고 희생으로서 가장 강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뜻이 없이 그는 괴로워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궁극의 의미를 이 수용소의 막사 생활에 부여하고 아직도 희망이 없는 상황에 부여하는 것이 내가 이야기하려는 골자였던 것이다. (131)

18.수용소 생활 이후의 심리적 문제들: 수용소 생활의 마지막 무렵의 극도의 심리적 긴장 상태에서 마음의 평화에로 돌아오는 길은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수용소에서 해방된 죄수는 어떤 심리적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그들은 권력과 폭력과 부정의 객체로부터 주체가 된 것이다…. 나는 만일 내가 집에 돌아간 그 날 이 손이 피로 물들지 않는다면 나는 이 손을 잘라 버릴 것이다.”라고 주먹을 코 앞에 내휘두르며 노기 등등하던 친구를 생각한다. 그는 수용소에서 가장 동료였다. 심리적 압박에서 갑자기 벗어난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이와 같은 도덕적인 기형화 외에도, 인간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다…. (139-141)

19.고통을 보상해 줄 어떤 것도 이 지상에 없다: 수용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입은 고뇌를 보상해 줄 행복은 이 지상에는 없다고 알고 있었고 또 서로 그렇게 말했다…. 해방되어 집에 돌아 온 사람들의 이런 모든 체험은 이토록 괴로워한 후에는 이 세상의 어떠한 것도 하나님 이외에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귀중한 감개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142)

20.로고테라피: 사람이 의미를 찾으려는 요구는 그의 삶에 있어서 근본적인 힘이 된다인간의 의미에의 의지도 좌절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로고테라피는 실존적 욕구 불만을 말하게 된다… ‘삶의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것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에는 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책임에 대한 강조는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는 것처럼 살라, 그리고 첫째번 인생은 지금 살려고 하는 인생처럼 형편없이 지난 것처럼 살라는 로고테라피의 절대적인 명제에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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