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옐친 글 그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 푸른숲주니어, 2012
Eugene Yelchin, Breaking Stalin's Nose, 2011
2학년 아들은 책 재목이랑 내용이 맞지 않는다고 이상하다고 했지.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이라고 했는데 내용은 전쟁이 난 것처럼 무섭고 아닌 것 같다고.
사샤는 아빠가 끌려간 이후 고모집에서도 쫓겨난다. 이후 교실이 배경이 되는데, 다음날 단 하루만을 그린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아서 사샤는 학교가 끝난 이후 어디로 가야하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공산주의에 헌신한다는 이유로 엄마를 고발했고, 사샤도 유대인 친구를 내쫓는 일에 동조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렇게 사샤도 손을 들고 만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인 헌신이 어떻게 가족과 친구, 가장 기본적인 관계들을 무너뜨리는지 보게 되는구나.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도 공산주의 못지 않게 차별과 폭력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불평등을 당연하지 않게, 긍휼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좋겠구나.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었다. 소년단 발대식이 열리고 있었다. 아빠가 미소를 지으며 소년단 스카프를 내 목에 매어 주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마당에서 얼음을 긁어내는 소리를 듣고 놀라 눈을 떴다. 내 머리 위에 있는 작은 창문이 아침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순간, 내가 왜 여기에 누워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해하였다. 그러다가 어제 일어난 일들을 순서대로 하나 하나 기억해 냈다. (53)
"다수의 의견에 반대를 던진 사람에게 신성한 깃발을 들도록 허락할수는 없으니까. 사샤, 너는 똑똑한 아이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거야." 아이들은 손을 높이 든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니나 페트로브나 선생님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떻게 할래, 사샤? 찬성이니, 반대니?" 나는 손을 들고 말았다. (70)
안타깝게도 내가 성장기를 보낸 1960년대 소련에서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에 스탈린 치하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스탈린이 살아 있던 시절의 범죄들은 완벽하게 비밀리에 저질러졌다. 모든 증거는 비밀로 분류되거나 파기되었다. 여전히 공포에 짓눌려 있거나 범죄에 대해 책임이 있는 기성 세대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스탈린이 그냥 단순히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의 유산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아직 남아 있었다. 그들은 너무도 오랫동안 공포 속에 살았기 때문에 이제는 아예 그들 존재의 일부가 되었다 공포는 검증되지 않은 채로 세대에서 세대로 대물림되었다. 심지어 나에게도 공포는 전해졌다. 이 책은 그 공포를 똑바로 보고 알리려는 간절한 시도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나는 소년단원이 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 아파트에서 살았다. 우리 아버지는 헌신적인 공산주의자였다. 그리고 주인공 사샤처럼 나 또한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오늘날에도 이 세상에는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170-171)
https://www.youtube.com/watch?v=nV6gghKDuWY
https://www.youtube.com/watch?v=3JwP6nbpzxY&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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