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웅 웅,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평화를 품은 책, 2019
Luong Ung, First They Killed My Father, 2000
"몸조심하고, 엄마와 도앵들 잘 보살펴주렴." 아빠가 양 옆에 선 군인들과 함께 떠난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아바에게 손을 흔든다. 아빠가 뒤돌아서 손을 흔들어주길 바라며, 점점 작아지는 아빠 모습을 보며 계속 손을 흔든다. 아바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아빠의 모습이 붉은 황금빛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 본다. (179)
오빠 머리에서 떨어지는 피의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전보다 더 굳게 다짐한다.. 그들을 향한 나의 증오는 무한하다... "비가 너무 억수같이 쏟아져서 군인들이 오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 "오늘 밤엔 옥수수를 가져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오빠가 말하고는 자리에 누워 눈을 감더니 그대로 잠에 빠진다. (206)
"셋 다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해. 킴은 남쪽으로 가렴. 초우는 북쪽으로 가고, 로웅은 동쪽으로 가거라. 노동수용소가 나올 때까지 걸어. 고아라고 하면 받아줄거야. 이름도 바꿔. 너희끼리도 새 이름을 알려주지 마. 너희가 누군지 절대로 들켜선 안 돼." (211)
엄마가 그리운 게 아니라 엄마를 향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엄마는 더 이상 나를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엄마는 게악을 데리고 있다... 게악이 너무 어려서 돌봐줘야 한다는 엄마 말도 맞지만 나 역시 여덟 살도 안 된 어린아이다. (213)
두 매 봉이 서서 번갈아가며 설교한다. "앙카르는 우리의 구세주다! 앙카르는 해방자다! 모든 것은 앙카르 덕분이다! 앙카르가 있어서 우리는 강하다!" 수도 없이 들은 말이고, 어느 시점에 의무적인 박수와 함성을 보내야 하는지도 다 외울 지경이다... 아이들도 매 봉들과 맞먹을 만한 광기 어린 열광으로 화답한다. (226-227)
매 봉은 폴 포트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245)
음식을 훔치다 들키면 심한 벌을 받을 텐데도 초우 언니는 그런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킴 오빠는 우리를 위해 옥수수를 훔치다가 무자비하게 맞았다. 엄마는 게악에게 닭고기를 조금 먹이려다가 폭행을 당했다. 나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257)
처형: 여인들이 말없이 지나가자 군중은 길을 비켜 준다. 처형이 집행되는 동안 군중은 환호를 보내지 않는다. 가축을 도살하는 광경을 지켜 보듯 아무 감정 없이 묵묵히 지켜 보기만 한다. 여인들이 가고 나자 군중이 다시 웅성거린다... 군중은 하나 둘식 집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시체를 마냥 뚫어지게 바라본다. 머릿속에서는 엄마 아빠와 언니가 살해 당하는 영상이 계속 떠오른다... (352-353)
* 나는 처음부터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 시절에 붙잡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현재 시제로 바꿔 써 보니 집필할 때 겪는 감정적인 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가족이 한 명씩 사라지기 시작할 때 느꼈던 그 분노와 타는듯한 통증과 갈가기 찢긴 심정을 풀어내면서, 나는 그 고통에 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평화를 갈구하게 되었다. 마지막 문장을 쓰고 펜을 놓고 나니,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스스로 더욱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409-411)
https://www.youtube.com/watch?v=bj_8J93mitA
https://www.youtube.com/watch?v=Yq6DZeqhcSU
https://www.youtube.com/watch?v=53d0rwpPQy0
'05 선교신학 > 05-4 캄보디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우택, “킬링필드가 만든 트라우마와 사회치유 노력” (0) | 2021.06.03 |
---|---|
Suzannah Linton, Reconciliation in Cambodia (7) | 2021.06.03 |
권태인, 『힘센 훈센: 캄보디아 근대 40년사』, 독점된 권력은 부패한다 (0) | 2021.06.02 |
권태인 편저, 『캄보디아 격동의 100년사』, 사롯사와 크메르 루즈 (0) | 2021.06.02 |
오석환, “후원자와 의뢰인 그리고 교회 성장학이 캄보디아에 끼친 영향”, 캄보디아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의 과점 현상 (1) | 2020.04.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