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세탁기는 별로 마주칠 일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세탁기 안에서 벌어지는 재미난 상상은 아이들을 들뜨게 한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호호 할머니의 빨래를 찾는 재미가 있다. 다시 세탁기 안에 빨래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마지막 장에서 하진이는 빨래들이 다른 집 세탁기로 이어져 갈 것 같다는 답을 했다. 우주로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내 말에는 우주복을 입어야겠단다.
결혼 이후 한 번도 세탁기를 사 본 적이 없다. 신혼 처음 살림에는 주인집 할머니가 맡기고 간 세탁기를 사용했고 유학을 가서는 공동 세탁실에 있는 세탁기를 사용하다가 마지막해 집에 놓인 드럼 세탁기를 썼다. 유학시절 공동세탁실은 쿼터 코인을 사용했는데 그 때문에 종종 일부러 잔돈을 바꾸고 쿼터를 모으던 생각이 난다. 몇 번은 직접 켄터키 은행을 찾아가 한 번에 50개씩 100개씩 바꾸었었다. 그 덕에 주별기념 주화를 다 모으기도 했다. 아내 출산으로 세탁은 항상 내 몫이었다.
한국에 다시 왔을 때에는 장인 어른께서 냉장고를 주워다 아파트 지하에 보관하시고서는 우리에게 내어주셨고, 세탁기는 처형네서 쓰다가 버리려던 통돌이를 썼던 것 같다. 다시 2년 후 이사를 해 와서는 드럼 세탁기를 누가 주워다 두셨던 걸까. 아무튼 그걸 한참 쓰다가 결국 고장이 나서, 아, 그 때 처음 세탁기를 사서 썼고 일년이 체 안 되어 부모님 댁에 오래되어 고장난 놈 대신 그걸 드렸었더랬다. 이 곳에서는 팀에서 내어준 그래도 럭키하게 새 것을 받아서 쓰고 있다. 고장이 나서 사람을 부르기도 하고 종종 먼지를 빼 내려 필터를 씻기도 하고 세탁이 안 되어 몇 번 빨래를 다시 해야 했던 아무튼 세탁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려니 잡동사니를 쓸어 모으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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