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나쁜 어린이표』, 웅진주니어, 1999
"나는 여태껏 내가 나쁜 애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왜 자꾸 나쁜 어린이 표를 받는지 모르겠어요..."
잘 쓴 동화이다. 어린 시절 자전적인 이야기들도 동화로 엮어 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해 내었다. 불공평하다 느끼고 나쁜 선생님 표를 몰래 수첩에 적는 건우의 모습에서 공정하지 못한 것에 억울해하고 유독 화를 내는 아들의 모습을 본다. 아이들에게 동그라미, 엑스표를 주는 것도 재고해 보게 한다. 부정적인 반응을 줄이고 칭찬을 통해 행동을 바꾸도록 인도해 주는 것이 더 좋은 교육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매를 대지 않기 위해 고안해 낸 나쁜 어린이표이건만 결국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 교실에서의 통제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일게다. 마지막에 선생님이 건우가 수첩에 적은 글을 뜯어 가져가면서 앞으로는 너희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어렵겠구나 말하고 가는 모습이 참 선생님으로서의 솔직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은 것 같아 좋았다.
사실 나는 이야기보다 작가가 책 첫머리에 쓴 짧은 일화가 더 마음에 남았다.
"이제부터는 네가 갖고 있어.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집에 갈 때 잠가라." 그래서 나는 졸업할 때까지 책장의 책을 거의 다 읽을 수 있었지요. 그 때부터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아이가 책을 다 읽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것, 한 교실과 책장을 믿고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도 나중에댜 알았답니다. 선생님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분이면서 아이가 무엇이 될 수 있도록 씨앗을 심어 주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작가가 되도록 씨앗을 심어 준 분이 바로 그 선생님이셨다는 걸 잘 압니다... 아마 선생님은 내가 처음 가졌던 그 열쇠로 세상에 있는 중요한 문을 열었다는 것까지는 모르셨을 거에요. 하지만 그랬습니다. 열쇠를 받는 순간 나는 책임감을 느꼈고,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으니까요. 나는 아직도 그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10 함께읽은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치스카 비어만, 『책 먹는 여우』, 내가 먹을 것은 내가 만든다 (0) | 2020.08.03 |
---|---|
김영주, 『짜장 짬뽕 탕수육』, 네가 규칙을 바꿀 수 있어 (0) | 2020.08.03 |
백희나, 『장수탕 선녀님』, 어린 시절 목욕탕 추억 (0) | 2020.07.31 |
백희나, 『나는 개다』, 가족이 된다는 것 (0) | 2020.07.31 |
윤문영, 평화의 소녀상,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 (0) | 2020.06.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