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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일반도서

다카하시 데쓰야,『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국가주의가 희생의 시스템을 강요한다

by growingseed 2016. 6. 21.

 

다카하시 데쓰야,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한승동 옮김, (파주: 돌배게), 2013.

 

이 책은 (1)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발생지인 후쿠시마와, (2) 미군기지 74%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원자력발전과 미일 안보체제를 각각 희생의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희생의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1.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진, 그로 인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세계적 환경 재앙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 그 자체에 대한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저자의 관심은 사고 그 자체 이면의 원전 시스템에 있는 희생 구조이다. 저자는 원자력 발전을 두고 후쿠시마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그것이 중앙이 주변을 희생시켜 이익을 얻는 일종의 식민지배 시스템에 비유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원전시스템은 희생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는 (1) 자연환경, (2) 피폭 노동자, (3) 우라늄 채굴, (4) 방사성 폐기물 처리로 인한 문제를 그 대표적인 희생의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한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그 희생의 시스템이 국제적인 관계로 확장된다는 것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미국 에너지부와 공동으로 방사성 폐기물의 국제적인 저장, 처분시설을 몽골에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원전 건설 기술 제공을 제안하며 폐기물을 처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몽골의 우라늄 추정 매장량은 150만톤 이상으로 이것은 안정적으로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포함한다. 몽골은 원전 시스템에 수반되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희생 시스템 구조가 일본 특유의 국가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며, 희생의 시스템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한다. 저자는 '원자력 마피아'를 사용해가며 원자력을 둘러싸고 희생의 시스템을 주도한 이들을 고발한다. 정부, 원전 도입 추진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온 정치가들, 원자력 위원회 회원들, 원전 시설의 건설과 수리를 수주해서 막대한 이익을 올려 준 원전 관련 기업, 도쿄 전력 등. 원전 안전 신화를 보증해준 학자와 전문가들과 매스미디어. 원전 소송에서 압도적으로 국가와 행정의 손을 들어 준 사법부. 전력의 이익을 향유한 수도권 시민들, 후쿠시마 현민들마저도 그 고발의 대상이다.

 

 

2.

 

 

책은 다소 산만하다. 희생의 시스템에 대한 더 깊은 성찰로 들어가기 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제를 달고 있는데, 그것은 원전사고를 초래한 동일본 지진에 대한 종교적 입장이다. 그는 일본 국내 정치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천벌론을 언급하고, 이어서 코리아 타임스를 통해 소개된 한국의조용기 목사를 인용하며 조목사가 이 지진을 일본 우상 숭배에 대한 신의 경고라고 언급한 부분을 비판한다.

 

저자가 우치무라 간조를 언급하는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다. 1923년 간토 대지진, 우치무라 간조는 한 사설을 통해, 지진에는 정의도 도덕도 없다고 말한다. "도덕과 무관한 천연의 사건임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은혜도 되고, 또 형벌도 된다. 지진 이전의 도쿄 시민들은 몹시 타락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그들에겐 적당한 천벌로 느껴졌다." 종교가 어떻게 사회와 소통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생각이 되었다. 이는 악에 대한 신정론 문제와 연결되는 신학적 논의일 수 있으나, 간조는 지진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이사야 1:4-6 인용하며,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죄악상을 고발한다. 이것을 한 글자 한 구절을 모두 지진 이전의 도쿄 시민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다. 사회가 종교에 질문하는 그 배경과 근본을 헤아려 종교가 응답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책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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