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 조애나 맥그래스, 자존감, 서울: IVP, 2003
1. 배경
맥그래스는 자존감과 관련하여 그리스도인들이 두 가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선,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유명한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로 대표되는 입장이다. 슐러는 그의 책 "Self-Esteem: The New Reformation"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도록 고무하며, 자신에 대한 잘못된 부정적 평가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면에 제이 아담스(Jay Adams), 폴 비츠 (Paul C. Vitz) 등은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자기 숭배를 위한 구실이 되기 때문에 그것은 이교도적 개념이며, 겸손의 본본을 훼손한다고 본다. 성경은 자기 부인을 강조하고 있으며 (마 5:40; 18:4; 막 8:34; 10:43-44; 요3:30; 롬3:23; 고전 10:24; 빌 2:3), 긍정적 자존감을 위한 대가로 복음이 희석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죄인인 자신을 날마다 죽여야 하는 것이다.
2. 자존감 개념
맥그래스는 자존감 개념의 역사, 그것이 현대 서구 문화의 중대 관건이 된 경위를 설명한다.
2.1 정의의 문제 16-18
1) 맥그래스는 자존감과 관련한 이론들을 실험적 증거에 비추어 엄격히 시험할 수 없기 때문에 자존감에 대한 정의가 어렵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개념을 바꿔 수용하거나 강조점을 넓히는 방법을 통해 자존감을 정의하려고 한다.
2) 그는 또한 부정적 자존감이 단지 우울과 같은 다른 것의 거창한 이름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낮은 자존감과 우울은 상당한 공통성을 보이는데, 자존감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관련 개념들과 신중히 구별하지 않으면 다른 불필요한 전문어를 보태는 꼴이 된다고 우려한다.
3) 자존감의 정의가 너무 넓으면 구별된 개념으로서의 참 의미를 잃는다. 높은 자존감은 인간 본성의 모든 좋은 것을, 낮은 자존감을 모든 나쁜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2.2 행동화(operationalize)를 통한 정의
주관적 개념인 자존감을 정의하기 위하여, 성격의 내적 작용을 대변하는 관찰 가능한 외적 행동이 무엇인지 기술한다. 말이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행동적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자존감을 정의하는 한계가 있으나 유용한도구가 될 수 있다.
2.3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 1843-1910) 19-21
19세기 미국 심리학자. 자아 연구에 최초로 철학적 접근이 아닌 실험심리학적 접근을 기용한 사람이다.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자신의 의식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과정 (meta cognition)이 그의 작업의 주를 이루었다. 개인의 ‘자아 개념’은 아는 자아가 알려지는 자아를 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자아가 타인과의 상호 관계에서 알려지는 자아를 지켜보는 사이 자아개념이 형성된다. 자존감의 본질에 대한 그의 지적 (1890)이 주목할 만하다. (1) 자존감은 자아에 대한 가치 판단에 의존한다. (2) 자아개념과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은 둘 다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3) 인정이든 비난이든 가치 판단에는 감정적 반응이 수반된다.
2.4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맥그래스는 프로이트의 이론이 체계적 관찰에 근거한 것이 아닌 신경증 내담자들의 회고담에 기초한 이론들로, 이론을 실험해 보는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그의 이론들은 의사과학적 용어로 기술되었을 뿐 과학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말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 프시케는 본능에 지배받는 폐쇄된 에너지 체계이다. id, ego, superego로 구성된다. 초기 경험이 성인의 성격 형성에 절대적 관건이다. 비정상적 성격은 초기 단계에의 고착, 혹은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퇴행이 그 원인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르시시즘은 자기 도취, 자기 사랑에 지배 당하는 소아 세계에 고착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동화. 방어 등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2.5 자아심리학, 인지 심리학.
Alfred Adler (1870-1930)는 프로이트의 초창기 동료였다. 그는 모든 행동을 성충동 중심으로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인간 행동의 목표지향성에 강조점을 두었다. 그는 성취 노력의 병적 표현이 열등감 개념이라고 하였다.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은 프로이트가 부정한 자아의 수행 능력(executive function)을 인정하여 자아를 본능의 노예로 보지 않는다. 아득한 유년기나 신경증의 잠재의식적 기원을 고찰하던 데서 벗어나, 성인의 행동이 자아의 통제를 받는데도 어떻게 지금 여기서 신경증이 유지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쪽으로 옮겨갔다.
Karen Horney (1885-1952)는 대인관계의 질을 높이고자 내담자가 자아를 보는 방식을 바꿔주고자 노력했다. 인지행동 치료자들 - Albert Bandura, Albert Ellis, Aaron Beck 등- 은 행동의 건강한 기초로서 합리성을 중시하였고, 감정과 정서보다 사고를 우선시하였다. Bandura는 자기 효능감 - 자아에 환경 통제력이 있다는 믿음 - 을 강조, 많은 정신 건강 문제를 사람이 자신을 환경적 사건과 압력의 수동적 피해자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Beck은 성격은 세상에 대한 가정들의 복잡한 집합이라고 설명하며 self-schema 개념을 제시한다. 자기 평가는 배후 가정과 자동적 사고에 반영되며, 자아 개념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방식에 대해 시험 가능한 가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6 내담자 중심 심리 치료
Carl Rogers (1902-1987)는 내담자 중심의 인본주의적 접근을 한다. 그는 자기 수용을 건강한 성격 기능의 중요 요소로 보았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한 프로이트의 비관적 입장과 대조를 이룬다. 그에 따르면, 타인들의 가치관, 개인의 습관적 행동을 통해 경험되는 피상적 자아, 거짓 자아가 있다. 이 가면 (방어기제) 밑에 실제 자아, 참 자아, 깊은 자아가 있다. 키에르 케고르 (1813-1855)의 영향 가능성이 뚜렷하다. 자기 수용을 지지, 그러나 자기 집착은 비판한다. Abraham Maslow (1908-1970)는 자아 실현을 건강한 성격 기능의 기초로 보았다. 온전한 자존감은 모든 고차원적 인간 활동에 필수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2.7 16세기 서구에 출현한 자아 개념
2.8 맥그래스의 정의
자존감이란 인격적 용인 가능성과 사랑받을 가치에 대한 포괄적 평가 또는 판단으로 구성되며, 거기에는 유쾌하거나 불쾌한 감정이 수반된다. 자존감은 삶 속에서 중요한 타인들에 의해 지각된 본인에 대한 시각과 깊은 관계가 있다.
3. 자존감의 기초
대부분의 자존감 개념 측정 설문지들은 자부심, 가치, 선, 미덕, 건강, 외모, 기술, 성, 사회적 능력, 힘 등 행심 영역에 관한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존감에 대한 판단은 1)혈통, 2)역할 수행, 3)타인의 사랑, 4)영원한 의미 등 주요 영역에서 도출되고 있다고 본다.
4. 자존감의 기능
자기 충족적 예언. 부정적 자존감을 지닌 경우,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에 덜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맥그래스는 자존감과 관련된 성격 장애를 설명한다. 64. 회피적 성격장애, 자아 도취적 성격장애. 정신 질환. 불안 장애, 피해 망상, 우울증 등이 그것이다. 그는 우울증에 대한 인지행동적 접근을 설명한다. 임의적 추론. 선택적 추상화. 과잉 일발화. 확대와 축소. 절대적 양극 논리 등이 그에 해당한다. 그는 또한 분리와 자존감 76. 을 설명하며, 분리가 초래하는 저항, 절망, 초연의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애착이라는 해결을 지향한다.
애착 80-81: 나는 사랑받고 있고 그들이 늘 내 곁에 있어 나를 받아 주기 때문에 나는 가치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다는 신념을 내면화 한다. 보울비는 자존감이란 사람들이 안전 또는 분리의 정도를 경험하는 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안전하고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면 비로소 손을 놓기 시작한다. 타인들에 대한 편안한 느낌은 자신에 대한 안전감으로 변화된다. 부모- 자녀관계는 완벽할 필요는 없다. 충족하기만 하면 된다. 충분한 엄마. 형통 - 부모 및 가족 유대와 연관, 타인의 사랑 - 애착, 역할 수행. 타인의 사랑을 얻거나 지키는 방법이다. 영원한 의미- 궁극적 분리인 죽음에 항거하는 길이다. 심리 치료 관계에서의 양육 측면을 강조하여, 내담자 중심 치료는 참 자아를 알고, 참 자아를 좋아하게 되도록 돕는데 주력한다.
4. 자존감: 기독교적 접근
맥그래스는 자존감에 대한 기독교 이해에서 오는 주요 긴장 영역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꼽는다: 1. 죄의 실체, 2. 우리 자신을 잃어버려야 한다는 그리스도의 명령, 3. 절대 도덕에 대한 기독교의 강조, 4. 인간의 성취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구원 교리.
맥그래스는 자존감과 분리의 역학관계를 설명한 바 있다. 죄와 분리 91. 우리가 하나님과 분리된 것처럼 느끼는 것은 실제로 하나님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실제로 그 분 보시기에 죄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하나님의 시각에서 즉 용서와 구속이 필요한 자, 자아와 상황과 정체성에 대한 판단이 왜곡된 자로 본다는 것이다. 죄는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 우리를 그 분의 임재와 능력에서 분리시킨다. 92. 기독교적 관점은 진실한 뉘우침에서 비롯되는 회개야말로 진정한 자기 수용의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94.
자유. 사실상 죄에 복종하는 자유일 뿐이며 인간의 죄성에 갇혀 있다. 죄의 속박에서 해방될 때만 가능한 참 자유를 받아야 한다. 99. 그리스도인들은 실패가 우리의 약점과 나약함을 깨우쳐주고 우리의 자원과 능력보다 하나님의 은혜에 더 의지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실패에 잠재적 가치가 더 있다고 본다. 102. 세속적 치료자들은 사실상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규칙을 바꾸라는 식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103.
외적 성공의 지각은 인지행동 모델에서 자존감의 필수 요소이다. 충분한 역할 수행이 타인들의 수용과 관계가 있다는 점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우리에게 사회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105. 그러나 수용이란 인간의 어떤 행위에도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 은혜 교리의 전체 요지다. 106.
우리가 그 분과 분리된 자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우리의 애착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채워주신다. 107.
5. 십자가: 자존감의 객관적 기초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일을 통해 하나님께 다시 애착될 수 있다. 112. 그리스도는 바로 그것을 위해 하나님과 분리되셨다. 112.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의 객관적 기초를 쌓는다. 바로 거기서 하나님은 우리와 관계를 맺으셨다. 죄는 해결되었다. 일반 심리학 이론들은 죄의 실체와 그 심각성을 회피하지만 복음은 그것을 인정한다. 아울러 복음은 죄를 이기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실체와 그 심각성과 위력도 힘주어 인정한다. 자존감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이루셨기에 우리는 안심할 수 있다. 114. 폴 틸리히, 이신칭의 교리의 의미 -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는" 것. 114. 칭의, 관계적 개념. 122. 고전 6:20; 7:23. 하나님의 아들이 죽으신 값으로 사신 바 된 것. 고후 5:19. 하나님과 화목되었다. 구원에는 하나님께 지음 받은 본래 상태로의 회복이 포함된다. 119. 하나님 형상의 회복.
자신이 죄인이라고 죄의식을 품는 것은 자신이 용서받았다는 중대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죄를 인식한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이 훼손되지 않는다. 죄를 범할 때 죄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나, 그 죄를 자백하고 용서받을 수 있다. 120-121. 우리의 현재의 모습을 넘어, 미래 구속된 모습을 보며 자신을 책임감있게 귀히 여길줄 알아야 한다. 121. 그리스도인에게 긍정적 자존감이란, 자신이 하나님과 바로 되었고, 그리하여 자기 자신과도 바로 되었다는 인식의 심리적 증표로 봐도 무난하다. 124.
6. 하나님의 부모같은 돌보심.
하나님 아버지께 속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 수용은 책임 있는 양육의 핵심이다.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안다는 것은 개인의 자존감의 무한한 기초가 된다. 141. 하나님은 자신의 전 존재와 소유를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다. 맥그래스는 나님의 부성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존재의 유비에서 다룬다.
7. 모든 상황에 자족함
빌 3:8-9. 투옥의 상황 가운데 바울의 고백. 우리의 거룩함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을 붙드는 것이다. 우리의 자존감을 결정하는 것은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것을 통해 일하시도록 우리가 허용한 일이다. 153. 우리 처지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하나님의 상황 파악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매사를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아무 일도 하시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맥그래스는 달란트 비유를 언급한다.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과 그 분이 장차 빚으려 하시는 내 모습을 수용하는 것이다. 155.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존감은 하나님이 이미 우리에게 주셨고 세상과 교회에서 그 분을 섬기는 데 사용하기 원하시는 많은 은사를 발견하도록 문을 열어 준다.
겸손의 정수는 자기를 비하하는데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있다. 156. 칼 로저스 등은 인간은 먼저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한 남을 존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56. 그리스도의 겸손이 그러했다.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의 근거는 오로지 전적으로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위해 해 주신 일에만 있다. 우리의 자존감은 자력으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성취하시는 것이다. 161.
그리스도인의 자존감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돌보심에 근거한다. 169. 세속적인 자존감은 하나님을 거스려 하나님보다 자신을 중시하는 것을 수반한다. 그러나 기독교적 자존감은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중시하는 것이다. 169.
8. 그리스도 안의 격려: 교회 생활
인정의 필요성. 래리 크랩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던가, 치유와 상담 공동체의 필요성을 말했던 것이 떠오른다.
수용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다. 수용은 상대방의 삶이 변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삭개오가 그러했다. 176.
앎:경청을 통해 치료자는 문제의 심리적 이해에 도달한다. 존중의 자세는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에 협력적인 유대를 형성해 준다. 이 과정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177. 파커 팔머가 이를 다룬 적이 있다. 기도로 사람들을 인정하고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애착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돕는다. 성례가 활용될 수 있다. 맥그래스는 비판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한 소개를 한다. 자존감에 관련하여서도 공동체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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