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황석영, 창비 출판사
2003년 2월, 진주교육사에서 맞던 생일에 입대 동기 시욱이가 황석영을 좋아하냐며 책을 선물해주었다.
"삶이 산문에 의하여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면 삶의 흐름에 가깝게 산문을 회복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이 나의 형식에 대한 고민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구성과 형식이 독특했다. 퍼즐처럼 작품 마지막에서야 전체로 맞추어지는 비극이 그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이 각자의 입장과 체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그를 통해 하나의 사건이 총체화되는 구전담화의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장에서 사람들의 말을 페이지를 표시해가며 다시 짜맞출 수 있었다.
작가가 다룬 황해도 신천 찬샘골에서 있던 동족 간의 학살은 말 그래도 피의 광기였으며 지금도 분단된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전한 비극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전과 학살은 결코 멀리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픈 역사를 공유한 이 땅 우리 세대에게 이해와 용서가 필요하다.
"기독교와 맑스주의는 식민지와 분단을 거쳐오는 동안에 우리가 자생적인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타의에 의하여 지니게 된 모더니티라고 할 수 있다... 천연두를 서병으로 파악하고 이를 막아내고자 했던 중세의 조선 민중들이 마마 또는 손님이라 부르면서 손님굿이라는 무속의 한 형식을 만들어 낸 것에 착안해서 나는 이들 기독교와 맑스주의를 손님으로 규정했다."
기독교에 대한 그의 이해가 못내 불편하였던 것 같다. 해방과 분단을 이어오는 동안 이 땅의 기독교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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