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식,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삼인, 2002
그 날 광주를 짓밟고 우리의 양심을 마비시켰던 광기의 진정한 실체는 무엇인가? 1980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왜 어이없이 그 광기에 굴복하였는가? 그 광기는 전두환만의 것이었는가? 아니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반이성의 다른 이름 - 한국적 근대의 국가 이성인가? (27)
광주학살 이후 전두환에 대한 한국 국민의 지지... 바로 이것을 이해하는 열쇠가 국가주의이다. 남과 북을 막론하고 한반도에서 국가란 엄청난 신화다... 우리가 지닌 이성이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 국가이성이라는 점을 모를 뿐이다... 국가주의를 지탱해주는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다... 다른 한편 도구적 인간의 정신적 갈등을 해소시켜 주는 곳은 바로 이 무도덕적 가족주의이다. (28-32)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광주의 비극은 광기에 찬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시민 학살이었다. 내가 집단적 참회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1980년 5월에 나타났던 이 야만의 실체를 직시함으로써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국가주의의 주술로부터 벗어나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개인적, 시민적 자유와 이성을 회복하는 길을 함께 찾아나서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3)
시간과 기억, 또 다른 '시선들'을 찾아서
1장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2장 '광주' 20년후-역사의 기억과 인간의 기억
-끼엔, 나디야, 그리고 윤상원을 위하여
3장 상처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보상과 치유의 차이에 관하여
4장 누구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죽음과 희생에 대한 예의
5장 폭력과 신기루
-그 날 그곳에는 죄지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6장 우리, 대한민국의 야만을 잊었는가
7장 좌절된 귀향-작곡가 윤이상의 돌아오지 못한 죽음
8장 모든 것이 끝났다. 그러나 사랑했다.
9장 '국가'를 다시 생각한다.-자율적 개인의 연대를 꿈꾸며
반면 다행히도 운좋게 살아남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발 딛고 있는 현재가 과거에 존재했던 어떤 희망들을 배신한 결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회피함으로써 불행해질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모종의 합의에 의해 구축된 '공식적' 기억 외에는 과거로 되돌아 갈수 있는 모든 기억의 다리들을 철거해버린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은 자기 자신들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해방된 현실의 새로운 권력일 터이므로.
과거에 대한 어떤 기억을 현재의 거울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일까 또한 과거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 의해서 어떤한 형태로 무엇을 위해서 상기되고 있는 것인가.
대립된 것으로 보였던 두 입장이 왜 한국의 정치 언설에서는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지.
광주를 일거에 타자화시켰던 희생양제의에는 근대(화)에 대한 우리들의 사회적 집단 욕망과 광기가 깊이 개입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지난날 자신들의 경험과 상처를 어떤 명분을 내건 시장에서도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내어 놓기를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1장 / 1995년 11월 24일 5.18 특별법 제정 방침 발표
"기억이라는 것에는 함정이 있어서 그것은 처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가도 어느 사이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놀게 된다."
지난날의 비극에서 눈을 돌린 채 영혼의 상처를 가지고 너무 거친 놀이를 하고 있다.
한 시대의 야만과 그것이 남긴 상처는 망각이나 기피함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야만의 지배를광기에 의한 정신의 지배, 즉 인간의 영혼을 노예로 만들고 그 육체마저 거짓된 구호와 허위의 가치에 종속시켜 소진되게 하는 총체적 악의 지배라 이해할 대 지금 우리가 지닌 희망은 너무 부실하고 위태로운 것이 된다.
전두환을 용서하기 이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용서해버린 것은 아닌가.. 그날 광주를 짓밟고 우리의 양심을 마비시켰던 광기의 진정한 실체는 우리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던 반이성의 다른이름-한국적 근대의 국가이성이었다.
한반도에 있는 "국가"라는 신화.. 한국의 국가주의의 토대는 반공주의와 근대화주의와 속도주의의 결합체
"도구적 인간" - 국가주의를 지탱해주는 기본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주의이다. 도구적 인간의 정신적 갈등을 해소시켜주는 곳이 바로 이 무도덕적 가족주의이다.
야만의 실체를 직시함으로써 그것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국가주의의 주술로부터 벗어나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개인적/시민적 자유와 이성을 회복하는 길을 함께 찾아 나서자
전두환은 잘못을 뉘우친 일이 없는데 우리는 그를 용서한 것이 되어야 했고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은폐되어 있고 그 비극의 현장에서 상처받은 이들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했는데 5.18은 축제가 되어야 했다.
도덕이 명분이 될 때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동의하는 내면의 과정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2장/ 다른 기후대만큼이나 서로 다른 개개의 역사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기억의 구체적인 결을 짐작하지 못하는 피상적인 여행자에게 쉽게 내면을 열어 보이지 않을 것이다
파시즘적 국가권력, 제 3세계 군부 쿠데타, 현실의 배후에 작동하는 폭력의 구조, 성공한 항쟁은 반복하여 기념될 뿐이지 거슬러 기억되지는 않는다. 공식적 기억이 된다는 것의 함정
한국사회에서 광주항쟁의 기억이 처한 현실
어떤 역사적 명분이 아니라 목전의 이해와 관련된 권력의 직접성에 열광하는 민중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때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의 단절성만 보이지 연속성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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