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네 아이들이 집에 몰려왔다. 남자 애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요량으로 빅 히어로를 틀어주었다. 그리고 덩달아 나도 앉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은 무서워했었는데, 아무래도 여럿이 같이 보니 볼 만 했나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곱씹다 보니 작중 소년 히로의 파괴적인 분노와 형의 친구들의 만류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히로는 형의 죽음을 초래한 칼라한 교수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에 휩싸인다. 그리고는 의료용으로 설계되었던 형의 로봇 베이맥스의 칩을 뽑고 교수를 없애려까지 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그의 파괴적인 분노도 수긍할만한 시점. 그러나 형의 친구들은 그를 붙잡고 그의 분노를 멈추게 한다.
함께 본 아내는 이렇게 설명했다. 딸을 잃은 칼라한 교수와 형을 잃은 히로 두 사람의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고. 복수를 계획하고 있던 칼라한 교수처럼 히로 역시 통렬한 복수라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복수를 포기한다. 히로가 혼자가 아니였다는 사실이 이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의 곁에서 그를 위로해주고 형을 떠올리게 해 주었던 베이맥스, 그리고 히로를 위해 달려와주었던 형의 친구들. 따뜻한 로봇 베이맥스의 행동을 통해서 이 메시지는 장면 장면 더욱 강화된다.
여섯 살 감수성 풍부한 아들은 베이맥스가 전자기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히로를 구해내는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울려고 했던 모습을 들키기 싫었던지 아니란다.
증오 대신 용서. 그리고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 공동체.
왜색논란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흥미나 메시지만큼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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